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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 목사 “우리에겐 아직 소망이 있습니다”/ 2013-12-20
작성자 : 운영자(kylggc@hanmail.net)  작성일 : 2013-12-22   조회수 : 391
김해성 목사 “우리에겐 아직 소망이 있습니다”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담임목사에게 듣는 중국동포 이야기
홍미은 기자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
【중국동포신문=오피니언】2013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담임목사를 만났다. 이주민 지원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www.g4w.net)의 대표이기도 한 김해성 목사에게 2013년은 어떤 해였을까? 어쩌면 너무 잔인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10월에는 김 목사가 운영하는 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고, 쉼터에서 생활하던 2명의 중국동포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김 목사는 한 언론을 통해 “무료급식소를 열었더니 방화로 전소가 되어버렸고, 쉼터를 열었더니 올 초에는 할머니 한 분이 투신자살하더니 이제는 목을 매는 사건까지 발생해 경찰에서 밤샘조사를 받고 돌아와 그분들을 제대로 섬기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만 같은 죄책감에 시달립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들은 연일 "방화범을 용서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김 목사가 묵묵히 화재사건을 수습하는 모습을 앞 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용서와 평화가 자리 잡기까지 김 목사는 힘든 싸움을 했다.

“밥을 먹도록 하고 잠도 무료로 자도록 해주고 병원에서 무료로 다 치료도 해주는데 어떻게 거기에다 불을 놓을 수 있나 낯짝이라도 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그 사람이 3층에서 추락해서 뇌를 다쳤고 뇌수술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수술실에 들어갈 순 없고 서성거리다가 돌아왔죠. 와서도 화가 풀리지 않는 거예요. 하루 이틀이 지나고서도 풀리지 않았는데 삼일 째 제 마음에 찔림이 있었습니다. 명색이 제가 목사인데, 목사로서 설교하면서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전하면서 저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있고 분노에 차있는 제 모습을 본 거죠. 한편으로 외국인, 중국동포, 다문화 가정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라고 이제껏 자랑삼아 떠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정부를 상대로 이런 사람들을 도와야 된다고 투쟁까지 하는 사람인데 저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미워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무릎을 꿇었죠. 그러고서는 그 병원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환자 면회를 신청하고 만났습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그 사람에게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를 했죠. 내가 당신을 미워해서 미안하고 용서해다오. 거꾸로 용서를 청했죠.”

그렇게 용서를 구하고 나서야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고 객관적으로 모든 걸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그에게도 아픔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족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가족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방화범에게도 아픔이 있었더라고요. 한국에 오기 전에 이혼을 했고 12살, 4살 아들과 딸을 86세 된 할아버지에게 맡겨놓고 돈을 벌러 한국에 왔는데, 오자마자 고시원을 잡아서 가방을 던져놓고 샤워를 하고 방에 돌아왔더니 가방이 없어졌답니다. 가방이 없어졌다고 고시원 주인에게 얘기를 하고 옥신각신하다가 고시원 주인에게 뺨을 맞았답니다. 이 사람도 들이받고 하다가 경찰이 오고 도망을 치고 하는 과정에서 가방 안에 들어있던 여권, 지갑, 돈 다 없어진 거죠. 그때부터 떠돌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인근에 있는 다른 중국동포 관련 단체를 방문 했었는데 저녁 시간이 됐는데도 이 사람이 갈 생각을 안 하니까 우리한테 데리고 온 거예요. 쉼터에서 먹고 잘 수 있게 하면 좋겠다 해서 받아 주었는데, 와서 두 밤을 자고 삼일 째 되는 날 저녁에 방화사건이 일어난 거죠.”

   
화재로 모두 타버린 쉼터 1층 식당의 모습. 임시로 마련한 부엌에서 동포들이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조만간 복구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방화를 저지른 김 모(45) 씨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사건 당일, 김 씨는 불을 질러놓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쉼터에 올라가서 자기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가 뒤늦게 화재를 발견한 직원이 대피하라고 했을 때 다른 동포들과 같이 일어나 줄을 서서 대피를 하다가 건물 사이로 추락했다. 이번 사고로 10여 명이 크게 다쳤고 아직도 부상자 한 명은 입원 중이다. 모두 타버린 1층 쉼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조만간 복구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중국동포와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일해 오면서 수많은 죽음을 했고 지금까지 대략 3천여 명의 장례를 직접 치러주었다.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종종 있더라고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국동포가 발바닥에 못이 찔렸어요. 그런데 불법체류에 의료보험도 없고 돈도 없고 또 팀으로 일하기 때문에 조퇴를 하고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그렇게 참고 있다가 파상풍으로 온 몸이 퉁퉁 붓고 패혈증으로 죽었습니다. 또 급성 맹장에 걸린 어떤 외국인 같은 경우는 참고 참다가 견딜 수 없어서 진통제 몇 알 먹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서야 급성 맹장이 터져서 이미 복막염으로 번졌다는 걸 알게 됐죠. 수술을 했음에도 패혈증으로 그날 밤 죽었습니다. 또 한분은 감기에 걸렸는데 치료시기를 놓쳐서 급성 폐렴이 되고 패혈증으로 사망하고요. 이런 분들의 장례를 치르는데 속이 터지더라고요. 병원에 한번만 가면 살 수 있는데 병원에 한번 가지 못하고 죽은 사람 장례나 치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예요. 죽은 다음에 쫓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병원을 만들게 된 거죠.”

김 목사가 2004년 설립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은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가난한 외국인들을 위한 전용 의료기관이다. 돈 없는 이주민 다문화 환자들을 받아주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 있는 환자들까지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한 푼도 없다.

“병원을 세우고 1년을 후원금으로 유지했죠. 나중에 결산을 해보니까 1년 만에 3억여 원의 빚이 생긴 거예요. 화들짝 겁이 났죠. 이 병원 좀 더 했다가는 나머지 사업 다 거덜 나고 부도나겠다 싶어서 병원 문을 닫기로 결정했죠. 그런데 병원 1주년을 맞이하면서 한국 언론사 기자들이 찾아왔습니다. 1년 동안 병원에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었는지 얘기하자는 거예요. 병원 문을 닫기로 했다 그랬더니 안 된다는 거예요. 이 병원이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병원이고, 민간 외교의 선봉이고, 국가 이미지를 살리는 중요한 사업인데 문 닫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조선일보,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등에 병원 소식이 실렸고 천원, 이천 원씩 보내준 후원금이 열흘 만에 3억여 원이 다 들어왔습니다. 빚 다 갚았고요. 또 시작한 거구요.”

   
중국동포 여성들의 숙소 앞 신발장에 신발들이 빼곡하다. 2000년에 문을 연 '지구촌무료쉼터'는 정부 지원금 없이 운영하는 곳으로 남/여 쉼터에 100여 명이 지내고 있다.  

이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은 가리봉의 기적으로 통한다. 정부의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병원을 후원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이어져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바로 여기서 김 목사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저는 한국사회에 소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 대부분의 사업이 정부 지원과는 상관이 없는 사업들입니다. 정부는 지원하지 않지만 한국인 어느 누군가가 후원하고 봉사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피부색이 다르고 출신 국가가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외국인을 살리자고 하는 사람들의 후원과 정성이 있는 민족이라면 참 대한민국은 소망이 있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2년 자료를 보면 지구촌사랑나눔을 후원한 개인은 1,806명이고 89개의 기업 및 단체도 동참했다. 지구촌학교,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그룹홈, 이주민의료센터, 쉼터, 무료급식소, 이주여성센터, 이주민방송국 등 모든 사업이 후원자들의 작은 손길로 이루어졌다. 김해성 목사의 사랑나눔과 가리봉의 기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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