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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층 십자가 건물, 바벨탑인가 문화 자원인가?/ 2012-02-24
작성자 : 운영자(kylggc@hanmail.net)  작성일 : 2013-08-02   조회수 : 116
공사 비용만 2조 원…현실성 없는 사업이란 비판도



▲ 79층 높이의 십자가 건물 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십자가 모양의 건물을 짓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 제공 이찬석)

79층 높이의 십자가 건물 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건물 조감도가 공개된 날, 누리꾼들은 아직 그림에 불과한 빌딩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바벨탑",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십자가"라는 평가와 "보는 순간 숨이 막혀 오네", "감히 어찌 쳐다나 보리오" 같은 소감이 뒤따랐다. 79층은 건물 층수로 순위를 매기면 세계에서 상위 50위 안에 드는 높이다.

사업 기획자인 이찬석 회장(아리랑한옥)은 부정적인 반응에 개의치 않았다. 행운을 의미하는 '7'과 구원을 의미하는 '9'를 합쳐 79층을 택했다고 했다. 십자가 형태로 건물을 지으려면 구조상 초고층으로 지어야 하는 것도 이유였다. 왜 하필 종교 상징인 십자가를 택했냐는 질문에는 "세상 만물이 디자인에 사용되는 시대"라고 답했다.

'국익'. 이 회장이 굳이 십자가를, 그것도 초대형으로 건축하려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하니 특이한 건축물 같은 문화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익을 위해 건축 대지도 인천 송도를 검토 중이다. 인천을 자유 무역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겠다는 의지에서다. 국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2조 원에 달하는 건축 비용은 외국 자본으로 마련할 생각이다. 2월 중순에 외국 펀드 회사를 만나 사업 계획을 설명한다.



▲ 건축 기획자인 이찬석 회장은 자신을 '문화 기획자'라 불러 달라고 했다. 십자가 건물 건축도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십자가 건물에는 종교 시설보다 상업 시설이 많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20층 정도는 호텔로 채우겠다"라고 했다. "십자가 모양 호텔에서 자고 싶은 신혼부부"를 비롯한 외국 관광객이 연 100만 명 정도 찾아올 것이라며, 2~3년만 '굴리면' 수익이 나기 시작한다고 장담했다.

이 회장의 야심 찬 계획 앞에 교회 건축으로 유명한 중견 기업 관계자는 고개를 저었다. 한 마디로 "허황된 이야기"라고 것. 2조 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는 "2조 원이면 송도 땅을 다 살 수도 있겠다"며, "내가 일하는 회사도 부담돼 하지 못하는 규모"라고 했다.

투자자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계획이 확실하고, 계획을 세운 주체가 믿을 만해야 연다. 보통 사업 계획을 세우고 부지를 선정한 뒤 투자자를 모으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린다. 십자가 건물 건축은 이 회장과 그의 지인들이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건축 사업을 개인이 하는 경우는 드물다. 투자자는 부지도 확보 안 된 사업의 계획서와 기획자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올해 안으로 투자자를 확보하고 10월에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은 거대 십자가 출현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겸손과 희생, 섬김이라는 십자가의 의미가 왜곡될까 걱정한다. 종교사회학 박사인 노치준 목사(광주양림교회)는 "79층 건물은 멀리서 봐도 어마어마하다. 교인이라도 위압감이 든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마치 십자군 전쟁 당시 십자가가 주었던 위협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십자가 건물에 들어오는 업종에 따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노 목사는 "십자가 정신과 거리가 먼 업종이 들어오면 십자가를 상업적 목적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장형 교수(백석대 기독교윤리학)는 "건물 임대 수익이 난다고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과정에서 공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도 기독교인이다. 2년 전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하나님은 매우 지성적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짖지 않으신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십자가 건물을 교인이 아닌 사람도 찾아오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면 많은 사람이 십자가를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한때 엄신형 목사(중흥교회)가 건축을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이 회장이 출석하는 교회가 중흥교회다. 이 회장은 "관심을 두고 영적인 지도와 후원을 적극적으로 해 주시는 분"으로 엄 목사를 소개했다. 반면 엄 목사는 "기공식 예배 등 종교적 행사나 업무가 있을 때 협력하는 것뿐"이라고 거리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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